일기
정말 오랜만에 일기를 쓴다. 이곳에 돌아오는 게 이런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일 줄은 몰랐다. 나는 그 누구에게도 비난받고 싶지 않았다. 이 공간은 그러한 공간이다. 나는 지금 K가 아닌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다. 일 년 넘게 만남을 지속했다. 처음에는 K에 대한 마음이 정리되지 않아 복잡한 기분이 들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모든 것이 정리되었다. 욕구가 많아졌다. 어떤 이유인지 모른다. 섹스하고 싶다. 안타까운 것은 나의 애인이 나이가 많아 이런 나를 감당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나이가 많아서인지 내가 흥분시키지 못하는 건지는 물론 모른다. 지난 일요일에도 그랬다. 우린 두 번이나 섹스에 실패했다. 모든 것에 싫증이 났다. 자존심도 상했고 나는 상처받았다. 좆같은 날들이 계속됐다. 섹스하는 상상을 하자면 이제 애인의 모습이 없다. 최근 애인과의 섹스는 기억도 나지 않는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 못하고 그냥 사라져버렸다. 나의 상상 속은 이제 다른 남자가 등장한다. 물론 K도 등장한 적 있다. 알지 못하는 남자가 대부분이다. 여자도 등장한다. 하얗고 예쁜 가슴을 가진 여자가 주로. 나는 애인을 사랑한다고 말하는데 성적인 문제와 애인이 분리된 것 같다. 애인에게 미안한 이야기다. 애인은 내 몸을 흥분시키는데 전처럼 내 마음을 흥분시키진 못한다. 이러다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을까 두렵다. 애인에게 안기고 싶다. 매일 안기지 못하는 것이 제일 괴롭다. 괴로운 마음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