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정말 오랜만에 일기를 쓴다. 이곳에 돌아오는 게 이런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일 줄은 몰랐다. 나는 그 누구에게도 비난받고 싶지 않았다. 이 공간은 그러한 공간이다. 나는 지금 K가 아닌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다. 일 년 넘게 만남을 지속했다. 처음에는 K에 대한 마음이 정리되지 않아 복잡한 기분이 들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모든 것이 정리되었다. 욕구가 많아졌다. 어떤 이유인지 모른다. 섹스하고 싶다. 안타까운 것은 나의 애인이 나이가 많아 이런 나를 감당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나이가 많아서인지 내가 흥분시키지 못하는 건지는 물론 모른다. 지난 일요일에도 그랬다. 우린 두 번이나 섹스에 실패했다. 모든 것에 싫증이 났다. 자존심도 상했고 나는 상처받았다. 좆같은 날들이 계속됐다. 섹스하는 상상을 하자면 이제 애인의 모습이 없다. 최근 애인과의 섹스는 기억도 나지 않는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 못하고 그냥 사라져버렸다. 나의 상상 속은 이제 다른 남자가 등장한다. 물론 K도 등장한 적 있다. 알지 못하는 남자가 대부분이다. 여자도 등장한다. 하얗고 예쁜 가슴을 가진 여자가 주로. 나는 애인을 사랑한다고 말하는데 성적인 문제와 애인이 분리된 것 같다. 애인에게 미안한 이야기다. 애인은 내 몸을 흥분시키는데 전처럼 내 마음을 흥분시키진 못한다. 이러다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을까 두렵다. 애인에게 안기고 싶다. 매일 안기지 못하는 것이 제일 괴롭다. 괴로운 마음 뿐이다.

일기

K를 만났다.

중얼중얼

나의 잘못이 아니다.

시험

시험을 봤다. 오늘은 금요일이고 일찍 끝났고 나는 병원에 간다. 디어클라우드 노래를 듣는데 k생각이 나서..쏟아내려고. 시험은 잘 치뤘고 만족스럽다. 오늘은 몽소에서 맛있는 파이를 먹었다. 합정에 주욱 늘어선 나무가 벚꽃나무인지 오늘 알았다. 그때 그 거리엔 이제 벚꽃이 피어있다. 걷는 내내 k와 마주치길 고대했다. 심지어 병원에 가는 버스에 올라앉아서도 k가 타기를 바랐다. 자꾸 봤던 사람들을 본다. k를 기다리며 걷는 것은 불편하다. 옷이 그때 자주입던 옷이라 신경이 쓰인다. 근데 또 이 검은 옷 아니면 나를 어찌 알아볼까 싶다. k의 방에 들어가고 싶다. 내 방보다 더 익숙한 그 회색 방에 들어가 눕고 싶다. 벽을 바라보며 회색 이불을 덮고 싶다. 스르르 잠들 것이다. 하지만 내 냄새는 좋지 않다. 어딘가 쩔어있다. 작고 끈적거리고 더럽다. 꼬질꼬질하다. 나의 입에선 악취가 난다. 이를 닦아도 사라지지 않고 올라온다. 이제 내 이엔 교정기도 붙어있으니까 너랑 입맞추진 못할거야.

일기

열심히 살고있다. 걀걀걀걀그래나는열심히살고있다걀걀

근황

나를 받아보는 사람이 생겼다. 약간의 흥분과 설렘 약간의 걱정이 들었다. 다행히(아마도) 한국 사람은 아닌 것 같다. 병원에 가려고 버스를 탔다. 황인찬 시인의 시를 잠시 생각했고 밝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고싶다고 생각했다. 즐거운 이야기를 쓰고싶다. 버스는 망원을 지나고 있다. k를 생각한다. 아까는 아비정전이 보고싶었다. 거짓말처럼 개나리가 피었다. 작년에도 개나리가 피었던가. 봄엔 개나리가 피었었지. 어제는 커피집에서 맥주를 마셨는데 숨막히는 여름이 나오는 만화책이 있었다. 여름은 너무 뜨거워. 한여름의 공기는 무겁다. 아주 뜨거운 여름이 오고 있다. 아스팔트에선 일랑일랑 아지랑이라고 부르기 싫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여름의 시장통은- 지난 여름은 어땠나. 글쎄, 연애를 했고 누군가의 집에 밥먹듯 드나들기도 했고 학원에 다녔고 소중한 친구도 만났고 k를 처음 만났고 어떨 때는 온 몸에 힘이 빠져 빌빌거렸고 또 어떨 때는 검은색으로 둥둥 휘감고 나돌아다녔다. 2월 이후 -k를 못보게 된 것은 1월이지만 2월에 한 번 l을 만난 적 있기 때문에- 나는 한 사람도 만나지 않았다. 않았다기보단 못했지. 음. 외롭네

일기

오늘은 치과에 갔다. 치료를 했다. 오늘로 교정준비가 끝이 났고 다음주엔 교정장치를 붙인다. 아쉬워하는 사람이 없으니까 괜히 서운해서 교정을 미루고 싶다. 야! 나 교정해! 이제 너랑 뽀뽀하기 엄청 불편할거야!

뽀뽀하고싶다!안겨잠들고싶다

일기

감기에 걸렸다. 어제는 월요일이었는데도 너무 피곤해서 하루종일 힘들었다. 오늘은 화요일. 요즘은 화요일이 좋다. 비가 살짝 내렸다. 내일이면 더 맑아질 것이다. 고데기는 이제 열을 올리지 못한다. 욕조의 배수구멍은 항상 머리카락이 엉켜있다. 집에 담배를 두고왔다. 어차피 감기에 걸려 담배를 태우지 못한다. 학원에서 시험을 봤다. 반이 바뀔 수도 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아이가 생겼고 아직 친구는 없다. 하지만 내 주위엔 언제든 말을 붙일 수 있는 아이들이 있다. 내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선택과 집중. 하지만 집중은 하되 나를 잃지 말자고 생각한다. 나를 잃지 말자. 내 페이스를 유지하자. 휘말리지 말자. 바보같이 끌려다니지 말자. 처음부터 무엇이 될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 내년에 무엇이 하고 싶은지 그것만 생각하자. 일단 나는 대학에 가는 것이다.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는 것이다. 잊지 말고 흔들리지 말자. 나를 잃지 말자.

도대체

꿈인지 생시인지. 내가 지금 k에게 원하는 것이 뭘까. 아무도 없어서 더 슬프다. 아무도 없는 나에게 찾아와 줘서 더 컸다. 아무도 없어서 그랬어요. 미안해. 이젠 혼자에요. 아무도 만나지 않아.